[경제] 인플레이션으로 알아보는 자본의 본질 #1
[서론]
물가가 하늘을 찌르는 요즘, 어느날 동생이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형, 인플레이션이 뭐야?"
인플레이션의 개념을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이 설명을 영혼으로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건 또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님의 '기생충' 한줄평이 논란이 됐다.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해낸 신랄하면서도 처연한 계급 우화"
이런 한줄평에 많은 사람들이 평론가의 허세가 아니냐며 비난 했고, 이동진 평론가는 나중에서야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렇게 설명해야만 했다는것이다.
이동진 평론가의 한줄평을 읽는데는 단 10초도 안걸린다.
그런데 그 10초짜리 내용을 영혼으로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는 몇 시간, 아니 몇 년이 걸릴 수 도 있다.
이동진 평론가의 한줄평이 단순히 어려운 단어로만 이루어져 있어 어려운게 아니다. 저 한줄평에서 중요한건 '처연한 계급 우화'이고, 이 것의 본질을 꿰뚫지 못하면 단순히 ‘어려운 말’로 보이게된다.
역사 시간에 우리는 계급주의, 신분제 등에 대해 배우게 된다. 하지만 그 '계급'과 '신분'이라는 것이 어떻게 해서 생겨난 것이고, 우리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으며, 어째서 신분제가 폐지된 지금까지 존재한다고 느껴지는 것인지, 그 이유에 대한 본질을 궁금해한 적이 없었다면, 이동진 평론가의 한줄평은 그저 '허세'에 불과해보인다.
인플레이션도 마찬가지다.
KDI 경제정보센터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이란
"물가수준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이라고 정리한다.
이 설명을 영혼으로서 이해하려면 다시 본질로 들어가야한다. 이 설명에서 핵심은 "물가"다. 우리는 이제 이 인플레이션이라는 현상을 시작으로
"물가"의 본질을 알아볼 것이다.
[본론]
물가란 '가격'을 말한다.
그리고 '가격'은 다시 '가치'를 말한다.
가격이 비싸다는 말은 가치가 높다는 말과 동일하다.
그럼 그 '가치'는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
바로 '희소성'에 의해 정해진다.
즉,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데 자원이 한정적이라면
그 자원에는 '희소성'이 생기고,
그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
예를들어 편의점에서 매일 보는 생수보다 사하라 사막에서 발견한 생수의 희소성이 더 높다. 그리고 그 희소성에따라 이 사막 속 생수의 가치는 높게 결정된다.
그렇다. 정리하면 [가격 = 가치 = 희소성]이다.
인플레이션이란 "물가수준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이라고 했다. 다시 말하면 "희소성의 수준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이라는 말이다. 또 다시 말하면 "자원은 한정적인데 사려는 사람이 많으니 희소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현상"
이라고 풀어 말할 수도 있겠다.
끝이 아니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한다.
"그럼 여태까지 괜찮다가 갑자기 자원이 부족해져서 희소성이 커진걸까?"
예를 들어, 내가 자주 가던 돈까스집의 가격이 1,000원 올랐다고 하자 (실제로 올랐다...눈물)
A. 이건 돈까스를 만들때 쓰는 식재료의 생산량이 부족해지자 돈까스 하나의 희소성이 올라 물가가 오른걸까?
B. 아니면 그 돈까스집이 맛집이라는 소문이 나자 돈을 더 내서라도 먹겠다는 사람들이 생겨 가격이 올라간걸까?
정답은 둘 다!
하지만 위의 경우에는 명확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A는 시장에 존재하는 모든 돈까스집의 가격이 올랐지만 B는 소수의 돈까스집에만 해당한다.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할 것은 바로 A의 경우다.
식재료의 공급량이 부족해지자 희소성(가치)가 올라갔고,
그에 따라 물가가 올랐다는 것이다. 최근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기상이변 등 여러 현상에 의한
원재료 공급량 부족 현상이 그 예시이다.
그런데 이것으로 인플레이션을 전부 설명하기엔
분명히 이상한 점이 있다.
예를들어 30년전 짜장면 가격이 138원이었고,
지금은 평균 6,000원이다. 약 600%가 올랐는데…
그럼 30년 동안 전쟁과 기상이변 등에 의한 자원부족으로
물가가 600% 올랐다는 말인가? 이건 좀 억지가있다.
드디어 자본주의의 핵심을 설명할 때이다.
거의 모든 경제학자들이 인정하는 현상이 하나 있다.
자본주의는 인플레이션을 반드시 동반한다는 현상이다.
자본주의에서 100원은 200원이 되고, 1,000원이 2,000원이 될 수 있다.
"돈이 복사가 되네?" 농담이 아니라 진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은행'이 있다.
우리가 은행에 100원을 저금했다고 해보자.
6개월 뒤, 홍길동이 같은 은행에 방문하여 100원을 빌린다.
그럼 그 은행은 '서류'상으로 얼마가 있게 될까?
내가 맡긴 100원은 '서류상' 은행에 안전히 있는것이다.
다시 홍길동이 빌린 100원도 '서류상' 은행에 묶이게 된다.
그럼 결과적으로 이 은행은 '서류상' 200원을 보유한 셈이다.
지금 나는 단순히 100원이니 200원이니 하는 소액으로 예를 들었다.
그런데 이게 10억, 100억, 1,000억 단위라면? 그리고 1년이 아닌 수십년간 반복해왔다면?
그게 자본주의의 현실이다.
즉 보이지않는 돈이 엄청나게 불어난다는 것이다.
안그래도 이렇게 상상의 돈들이 넘쳐나는데,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정부입장에서 화폐를 아주 많이 발행한다면 그 문제는 겉잡을 수 없이 심각해진다.
그리고 그걸 해낸 대표적인 예시가 독일이다.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독일에서는 화폐 대량 공급을 통해 피해를 복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결정으로 빵 하나를 먹으려면 화폐를 수레에 올려서 가져가야할 만큼 하이퍼-인플레이션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세계 대전과 비슷한 어떤 현상이 있었길래 모든 국가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겠는가?
바로 코로나이다. 국가가 위기에 빠졌다고 생각하면 거의 가장 먼저 진행하는것이 '추경' 또는 '화폐 발행량 증가'이다. 왜냐하면 그게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이제 홍길동은 100원을 가진 은행에서 200원을 빌릴 수 있게 됐다.
내가 저금한 100원에 정부가 화폐 발행을 늘려줘 100원이 추가로 더 생겼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제 시장에는 300원이 생기게 되었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