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자본주의의 그림자: 재벌주의와 전세문화 (1부)
2024.12.25
굉장히 오랜만에 블로그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블로그가 비어있는동안 더욱 많은 생각과 인사이트를 얻었고, 이런것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여 글을 작성한다.
본 글은 경제와 사회에 관련이 많다. 목차를 만들자면 아래와 같다.
[목차]
1. 자기 이익에 충실한 사람들
1.1 인구는 줄고 경제는 악화되어가는 이 시점에 부동산 불패론을 외치는 자는 누구인가?
2. 처음부터 꼬여있었던 대한민국
2.1 급격한 성장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들, 그리고 그 결과
3. 당신은 어떤 시스템에 살고있는가?
3.1 명심해야한다. 당신은 자본주의 시스템에 살고있다는것을
4. 행복이 최우선이라는 말이 주는 무서움
4.1 행복만을 쫗는 사람들이 치룰 결과
1. 자기 이익에 충실한 사람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이론을 들어본적 있는가? 18세기 영국의 정치경제학자이자 자본주의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그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은 개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본성에 의해 결정된다."는 내용이 이 '보이지 않는 손'의 주된 내용이다.
놀라운것은 '진화론'에서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있는데, 모든 생물은 생존을 위해 이기적으로 움직이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두 의견을 정리해보면 "사람들은 모두 이기적이며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들에게는 이타적인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논의은 지금으로서는 불필요하기에 제외한다.
이렇게 간단한 개념을 탑제하고 세상을 바라보면, 놀라운 부분을 많이 목격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나는 아래와 같은 점을 꼽는다.
1.1 인구는 줄고 경제는 악화되어가는 시점, 부동산 긍정론을 외치는 자는 누구인가?
대한민국은 이제 저성장, 저출생 시대가 시작되었다. 인구는 계속해서 줄것이고 평균연령은 높아져만 갈것이다.
인구가 줄고 경제가 저성장한다면 부동산은 어떻게 되겠는가? 아! 바로 위에서 애덤 스미스가 설명하지 않았는가. 수요가 줄어들것이고, 이에 따라 공급도 줄어들것이며, 그럼 당연히 가격은 하락한다.
이렇게 기본적인 시장경제 개념을 알고있다면 이 시점에 '부동산 상승론'이라는 말은 정말 허무맹랑하다는것을 알아야한다.
그런데 아직도 부동산은 어떤 특정한 패턴이 있고 이에 따라 부동산 가격도 오를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잠깐,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고 했다. 그럼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뭔가 이득이 된다는것이겠다.
물론 나 또한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추론하자면 아래와 같은 것들이 될것이라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1) 부동산 상승을 외치는 그들 역시 부동산을 소유하고있다.
-> 그럼 당연히 긍정론을 주장할 수 밖에 없다. 내 돈이 걸려있으니까. 아마 대부분일것으로 생각된다.
(2) 2020년대 초반 부동산을 감당하지 어려울 정도의 대출까지 해서 구매한 자들에게 지원을 받고있을 수 있다.
-> 협찬사와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내 돈이 걸려있으니까 부탁하는거고, 돈을 받으니까 해주는거다.
그들을 욕하는것이 아니다. 세상은 원래 이렇게 움직이는것일 뿐이니까.
그런데 저성장 저출생 시대는 사실 10년전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그런데 2020년 초반 당시 부동산 가격이 폭등의 시기를 왜 맞았는지부터 설명해야하는데, 이에 대한 이야기는 바로 아래부터 시작해보고자 한다.
2. 처음부터 꼬여있었던 대한민국
소제목이 다소 자극적이다. 하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영역이 그렇다. 나는 그 중 경제와 사회 부분을 강조해서 꼬집고싶다.
대한민국은 일제강점기를 거쳐,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이후부터 자본주의가 시작되었다.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시장을 사람들에게 자율적으로 맡기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전체적인 사회 구성원들의 이익으로 돌아오게 하는것아닌가. 그런데 전쟁 직후 정말 '아무것도' 없었던 대한민국에서는 사실상 모든 분야가 신사업이었고, 정부는 이러한 사업들을 공시하고 기업들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부분들이 사회적으로 생겨났는데, 그 중 나는 '전세 문화'와 '재벌주의'를 강조하고자 한다. 이 두가지가 사실상 현재 대한민국을 위기에 놓이게 만든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2.1 급격한 성장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들, 그리고 그 결과
도시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업들을 들여오고, 사람들을 모이게 해야한다. 그런데 위에서 얘기했듯 당시 대한민국(여기서 당시는 20세기 중후반을 의미한다.)은 전쟁직후였기에 정말 기초적인 인프라부터 구축해야했고, 당연히 정부에서도 기업친화적으로 대출이 진행되었다.
이런 실정이니 정작 법인이 아닌 일반 사람들에게 빌려줄 돈은 거의 없었다. 모두를 위해 화폐를 과도하게 발행하고 이를 다시 은행에 빌려주면 인플레이션을 감당하기 어려웠을것이다. 따라서 정부(중앙은행)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했고, 당시는 고성장을 위해 기업들에게'만' 손을 건낸것이다.
돈을 빌리지 못한 사람들, 내가 강조하고 싶은 이 사람들은 당시 부동산을 여럿 소유하고있었던 '다주택자'들이다. 이들의 자산 일부 또는 전체가 부동산에 묶여있는 상황이었고, 주택담보대출이 어렵다고 은행으로 부터 문전박대를 당하니, 그럼 이들이 새로운 상가를 짓고, 아파트를 구매하고, 주식을 구매할 현금은 도대체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내가 소유한 집을 타인에게 빌려주고 해당 주택 매매가의 70~80%를 대출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 심지어 이자도 없고 담보도 없이 쓸 수 있는 돈이라면? 와 이거 대박이네!
그렇다. 당시의 집주인들은 정부의 친기업 정책들로 인해 전세로 내몰릴 수 밖에 없기도 했지만, 또 전세라는 '집주인'에게는 아주 유리한 사금융 문화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또 지금과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월세는 서민들에게 부담이었을것이므로 전세를 통해 목돈을 모을 수 있다는 점은 서민들에게도 충분히 메리트가 있었다. 이는 참으로 두 이해당사자에게는 좋은 문화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대한민국이 무조건적으로 성장하고, '집주인'의 투자가 무조건 성공할때까지만이다. 이러한 전제가 무너지면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일어날것이며, 실제로 부동산 침체기가 시작된 2022년 전후부터 이러한 악몽이 시작된것이다.
['초'저금리 + 주택담보대출 + 전세자금대출]이 겹쳐진 바로 그 시기점. 그야말로 이것은 건너지말아야할 강을 건너버린 악몽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왜 그러한지 '다주택자'의 시점과 '무주택자'의 시점에서 설명해보고자 한다.
[다주택자 A씨 시점]
실거주 아파트 하나와 매매로 구매한 아파트, 총 2개의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 A씨. 부동산의 흐름을 보니 꾸준히 가격이 오르는게 보인다. "나도 부동산을 더 늘려볼까?" 보유한 아파트로 전세를 내놓고 1차적으로 목돈을 구한다. 그리고 그 주택을 담보로 하여 주택담보대출을 '초'저금리로 빌린다.
예를들어 10억짜리 아파트 하나로 7억(전세 70%) + 7억(담보 70%) 하여 총 14억을 빌리는것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다주택자 A씨는 14억으로 아파트를 추가 매입, 총 3개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자산을 불린다.
그런데 잠시만, 기존 보유한 아파트 가격도 오르고, 새로 매매한 아파트도 가격이 오르네? ..하나 더 해볼까?
그야말로 다주택자 입장에선 부동산 투자의 환상적인 순간이다.
[무주택자 B씨 시점]
월세보다는 전세가 목돈 모으기가 훨씬 좋다는 이야기를 주변사람들에게 많이 들은 직장인 A씨.
은행에서도 초저금리로 전세자금대출을 해줘서, 대출 이자를 내도 월세보다 말도안되게 저렴하게 거주가 가능해진다.
그리고 마침 연인과 결혼을 준비하고있었기때문에, 전세로 먼저 신혼집을 구해보고자 한다.
둘이서 모은돈은 2억, 초저금리 전세자금대출을 통해 5억까지 끌어올 수 있었고, 크게 부담은 되지 않았다.
정리하면 무주택자 B씨는 전세자금대출을 통해 전세금을 다주택자 A씨에게 빌려준것이고, 다주택자 A씨는 주택담보대출까지 끌어와 다른 주택을 매매할 수 있었다. 즉, 정부와 무주택자 B씨는 다주택자 A씨에게 아주 멋진 투자 기회를 제공한것이다.
여기까진 문제가 없다.
[고금리, 악몽의 시작]
자, 이제 저금리 시대를 즐겼으니 인플레이션을 잡을 시기가 왔다. 즉 물가가 많이 올랐으니 금리를 올려야한다는 이야기다.
금리가 오른다는건 지금까지 대출을 받은 모든 채무자들이 갚아야하는 이자가 더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대출 이자가 높아진다는건 더이상 많은 사람들이 대출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대출을 받지 않는다는것은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정확히 이 타이밍에 등장하지 않겠는가?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다는것은 부동산 가격에 침체가 온다는 의미라는것을 말이다.
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다면 위 예시 속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다주택자 A씨가 은행에 줘야하는 이자가 갑자기 늘어나 부담이 크다. 게다가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 현금이 있을리가 없다. 그렇다고 처분하자니 부동산이 언제가는 오를것도 같고, 손해는 절대 보고싶지 않다.
동시에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무주택자 B씨가 은행에 줘야하는 이자도 갑자기 늘어난다. 전세가 부담이 되기시작한 무주택자 B씨는 전세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이 다가오자 전세가가 낮은곳으로 이사를 하고자 다주택자 A씨에게 재계약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통보한다.
아차차! 다주택자가 받은 그 전세금은 이미 다른 아파트를 매매하는데 써버렸고, 손해를 보고 처분하기 싫으니, 당연히 그 전세금도 없는데..? 1년만, 아니 3개월만 기다려달라고 해보자.
"설마 안주겠어?"라고 생각하며 3개월을 기다렸지만 당연히 돌아오지 않는 무주택자 B씨의 전세자금.
전세자금대출의 이자는 날이 갈수록 오르고 이제는 정말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어려워진다.
"당장 내 전세자금 안주면 당신 고소합니다! 빨리 주세요!" 참을 만큼 참은 무주택자 B씨, 하지만 다주택자 A씨는 꼭 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결국 법정에 선 두 사람, "난 어디까지나 당신에게 돈을 맡긴거지 빌려준적이 없어!" 억울함을 호소하는 무주택자 B씨,
그런데 재판결과는 기대한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다주택자 A씨는 투자를 위해 전세금을 사용했을뿐 일부러 갚지않으려고 한것이 아니라는것이다. 즉, 그게 언제든 10년이든 100년이든 다시 돌려주기만하면 돌려준거니까 문제가 안된다는 것이다. 즉, 집주인이 갚지 않는다고 해도 그게 의도된것이 아니라는 판결만 나오면 전혀 문제될게 없다는것이다.
왜 그런걸까? 그것은 바로 전세가 '사금융'이기 떄문이다.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고 돈을 갚지않아 고소한다고 해도 '사기죄'가 되는게 아닌것과 같이 서로 합의 정도로 끝나버리는 것이 전세계약과 동일시 된다는것이다.
그게 바로 전세다. 어떠한 담보도, 안전장치도 없이 내 돈을 집주인에게 무조건으로 주는것 말이다. 전세 문화가 왜 생겼다고 했는가? 당시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해주지 않았고, 이들은 '투자'를 위해 전세를 이용했다고 하지 않았는가?
무주택자 B씨는 월세보다 더 싸서, 목돈을 모으기 위해서 전세를 선택했다. 하지만 정작 '전세'가 무엇인지는 몰랐던것이다.
그는 전세의 좋은점만을 생각했고, 이러한 ‘돈을 못돌려받을 수 도 있다’는 리스크를 암묵적으로 동의한것과 같다.
투자가 아니라면, 정말 집주인들이 그 돈을 고이 모셔두고 있을것이라 생각했는가? 현실은 냉혹하다.
글이 생각보다 길어져 이어지는 3번 항목부터는 다음 글에서 작성하고자한다.